개인은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입주 가능 날짜’를 산다
전·월세가 낀 주택, 흔히 말하는 ‘세 낀 주택’은 원래도 복잡한 거래였다. 그런데 2026년 2월 현재, 이 문제는 단순한 거래 난이도를 넘어 제도 간 충돌로 인해 거래 자체가 멈추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경우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일부 유예하는 방안을 케이스별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분명하다.
이 유예는 확정이 아니라 ‘검토 단계’라는 것이다. 적용 대상, 조건, 증빙 방식,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개인이 할 일은 정책 방향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내 계약에서 입주 가능 시점을 문서로 통제하는 것이다.
1. 왜 갑자기 ‘세 낀 주택’이 막혔나
문제의 출발점은 두 제도의 충돌이다.
- 실거주 의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에서 주택을 매수할 경우, 통상 잔금 후 4개월 내 전입 + 2년 실거주 요건이 요구된다.
- 계약갱신요구권: 임차인은 1회에 한해 최대 2년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거절하기 어렵다.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주택을 매수하면, 매수인은 법적으로 전입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즉, 법을 지키려면 입주해야 하고, 법을 지키려면 내보낼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 충돌로 인해 세 낀 주택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입주 불가능 리스크 때문에 거래가 멈추기 시작했다.
2. ‘실거주 의무 유예 검토’의 정확한 의미
이번 논의는 실거주 규제를 전면 완화하겠다는 신호가 아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방향은 다음에 가깝다.
- 갭투자 차단이라는 토허제의 기본 취지는 유지
- 다만 세입자가 합법적으로 거주 중이라 현실적으로 전입이 불가능한 경우
- 실거주 의무의 기산 시점(언제부터 실거주로 볼 것인지)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핵심 키워드는 “케이스별 검토”다.
모든 세 낀 주택이 자동으로 예외를 받는 구조가 아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2026년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일정이다.
매물 출회 압박은 커졌지만, 세입자+실거주 규제로 매도가 막히는 사례가 늘면서 제도 보완 논의가 본격화된 측면이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뿐이다.
- 토허구역에서는 실거주 요건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 세입자 거주로 인해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 정부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은 아니다.
3. 세 낀 주택은 모두 같지 않다: 거래 난이도 3단 분류
A. 만기 임박 + 갱신요구권 변수 낮음
- 잔여 임차기간이 짧고, 갱신요구권 행사 여부가 명확한 경우
- 입주 시점 예측 가능
- 핵심은 입주일을 계약서에 날짜로 고정하는 것
B. 갱신요구권 행사 또는 행사 가능성 높음
- 현재 가장 많이 막히는 구간
- 입주가 최대 2년 이상 지연될 수 있음
- 가격이 싸 보이면, 대부분 시간 리스크가 반영된 결과
C. 연체·전대·분쟁 등 하자 동반
- 실거주 의무 이전에 명도 분쟁이 본질
- 계약서에 해제 조건이 없으면 장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
4. 매수자 체크리스트 12가지
세 낀 주택에서는 “싸다”보다 아래 질문이 먼저다.
- 임대차계약서 사본 확보(특약 포함)
- 정확한 계약 만기일
- 보증금·월세·관리비 구조
- 갱신요구권 행사 여부
- 갱신요구권 행사 가능성
- 세입자 실거주 여부(전대 여부)
- 입주 가능 시점이 확정되는가
- 입주 지연 시 잔금 처리 방식
- 토허구역 해당 여부
- 전입 요건을 누가 어떻게 충족하는가
- 대출 실행 조건이 전입과 연동되는가
- 입주 불가 시 계약 해제 트리거가 있는가
이 중 몇 개라도 불명확하면, 그 불확실성이 곧 리스크다.
5. 매도자가 착각하기 쉬운 부분
“세입자가 있으면 어차피 못 판다”도,
“싸게 내놓으면 누군가는 산다”도 정답이 아니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 성패를 가르는 건 가격이 아니라 조건의 명확성이다.
- 입주 시점 설명 가능 여부
- 인도 불가 시 처리 방식
- 책임 범위가 계약서에 정리돼 있는지
이 세 가지가 정리된 매물은 같은 가격에서도 먼저 거래된다.
6. 계약서에 꼭 필요한 특약의 방향(예시)
아래 문장은 예시이며, 개별 상황에 맞는 조정과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1) 인도 지연 시 잔금 예치
- 임차인 점유로 인도가 불가능한 경우, 잔금은 인도 완료 시까지 예치한다.
2) 인도 지연 보전 규칙
- 인도 지연 기간에 대해 월 ○○원의 보전을 한다.
3) 임대차 정보 허위 고지 시 해제
- 임대차 조건 허위·누락 시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4) 실거주 요건 충족 불가 시 처리
- 법령·허가 조건을 객관적으로 충족할 수 없게 된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잔금일을 조정한다.
5) 세입자 퇴거 불응 시 절차
- 일정 기간 협의 후 불성립 시 해제 또는 조건 변경을 따른다.
6) 정책 변경 기대 배제
- 향후 정책 변경 가능성을 이유로 이행 책임을 면제받지 않는다.
특약의 목적은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규칙으로 바꾸는 것이다.
7. 2026년 세 낀 주택의 본질은 ‘시간 리스크 관리’
이번 실거주 의무 유예 검토 이슈를 단순한 규제 완화로 해석하면 오판이다.
핵심은 입주 시점이 불확실한 거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정책은 바뀔 수 있고, 적용 범위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계약서는 지금 당장 통제할 수 있다.
- 언제 입주하는가
- 못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가
- 누가 책임지는가
이 세 가지가 계약서에 없으면, 세 낀 주택 거래는
싸게 산 집이 아니라 비싸게 치른 수업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집을 산다는 것은 건물을 사는 게 아니다.
언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다.